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우량채 금리도 3%P나 뛰는데…내년 'A급 이하' 만기만 14兆 달해

[회사채 포비아]

■본지 'BBB-' 등급 이상 전수조사

BBB 등급 3.7조 차환 대기

금리 인상기 이자 수백억 눈덩이

반도체·車·철강 등 대기업도 부담

은행 대출금리도 4% 이상 적용

기업들 "자금줄 말라가" 초비상





“경영 환경이 갈수록 불투명한데 실탄(현금)을 써버리기도, 그렇다고 금리가 날마다 뛰어오르는데 차환에 나서기도 쉽지 않습니다.”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를 앞둔 한 대기업 재무팀 관계자는 회사채 차환을 놓고 회사 재무 라인이 ‘진퇴양난’에 처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최근에는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로 채권 발행 시장이 더 꽁꽁 얼어붙으면서 예전 같으면 차환 발행 수요 조사에 나서자고 드나들던 증권사 직원들의 발길도 뚝 끊긴 상황이다. 2년 6개월 전 2% 중반대였던 이 회사의 회사채(A0등급) 금리는 19일 기준 5.509%로 1년 사이 3%포인트 넘게 뛰어올랐다. 차환에 성공하더라도 수십억 원의 추가 이자비용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연초에 세웠던 자금 운용 계획을 바꿔 은행권 대출로 전환하자니 기업대출금리도 크게 올라 의사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현금 상환, 은행 대출, 차환 발행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며 “막판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의 돈줄이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글로벌 통화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로 회사채금리가 폭등하면서 기업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이 경색돼서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금융·증권 제외) 물량은 40조 55억 원, 차환에 소요되는 추가 이자비용만 1조 306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기업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19일 기준 신용등급이 AAA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5.446%로 1년 전보다 3.235%포인트 급등했다. 신용등급 BBB- 회사채의 3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8.179%에서 11.424%로 3.245%포인트 뛰었다. 서울경제가 NICE피앤아이에 등록된 회사채를 전수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달 21일부터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신용등급을 가리지 않고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차환 이자 부담도 덩달아 불어났다.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는 올해 1조 9230억 원, 내년 24조 3300억 원이 각각 만기 도래하는데 차환 가정 시 기업들이 1년 사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는 각각 626억 원, 7946억 원에 이른다. A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의 차환 대기 물량은 올해 1조 8310억 원, 내년 11조 9215억 원이다. 이 역시 모두 차환된다고 가정하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추가로 부담하는 이자만 4493억 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용등급이 가장 좋은 AAA 회사채의 내년까지 만기 도래액은 2조 5000억 원, 차환에 따른 추가 이자 부담액은 808억 원으로 분석됐다. AA+등급은 5조 8700억 원(추가 이자 부담액 1912억 원), AA0등급 8조 4750억 원(2769억 원), AA-등급 9조 4080억 원(3083억 원), A+등급 4조 2070억 원(1377억 원), A0등급 3조 3690억 원(1103억 원), A-등급 2조 4640억 원(808억 원) 등의 만기가 내년까지 돌아온다. BBB등급(BBB-~BBB+)은 3조 7125억 원의 차환 물량이 대기 중이며 전액 차환 시 추가로 발생하는 이자는 1205억 원으로 각각 추산됐다.



차환 발행에 따른 추가 이자비용 부담은 대기업들에 집중됐다. 신용등급이 높아 회사채 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큰 데다 한 번에 발행하는 금액도 커서다. 발행 만기는 대개 3년·5년인데 저금리로 발행된 경우가 많아 최근 금리 급등으로 차환 발행 시 부담해야 할 이자 부담도 커졌다. 서울경제가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주요 대기업의 발행 당시 회사채금리와 19일 기준 신용등급별 회사채금리 차이를 계산해 차환 가정 시 이자 부담을 계산한 결과 기업별로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했다.

내년 5월 8일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는 현대차(발행액 3900억 원)는 2년 전 발행금리가 1.741%에 불과했다. 19일 기준 같은 신용등급의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5.509%로 3.768%포인트 뛴 상황이다. 차환 발행 시 추가 이자 부담만 현재 기준으로 147억 원에 이른다. 내년 4월 만기인 4800억 원 규모의 기아 회사채(3년 만기·AA0)도 170억 원의 차환 이자 부담이 생겼다. SK하이닉스는 내년 2월과 3월·8월에 걸쳐 8900억 원의 회사채(AA-~AA0) 만기가 돌아오는데 차환에 따른 추가 이자 부담만 295억 원이다. 이 밖에 SK(발행액 6200억 원·AA+)는 회사채 전액 상환 시 177억 원의 이자 부담이 추가 발생하고 포스코(3500억 원·AA+) 104억 원, 현대제철(1조 원·AA0) 336억 원, 한화솔루션(5500억 원·AA-) 191억 원, LG화학(5900억 원·AA+) 203억 원, 롯데쇼핑(6600억 원·AA0~AA+) 194억 원 등의 추가 이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회사채금리가 뛰고 기관 투자 수요가 줄어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 통상 기업들은 은행권에서 돈을 빌려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금융권 대출 역시 한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대출금리가 크게 뛰어오르고 있다. 자금줄이 말라가는 기업 입장에서 은행도 자금 조달의 안전지대가 더 이상 아니라는 얘기다. 한은에 따르면 8월 기준 은행권에서 신규 대출을 받은 기업의 53.5%가 4% 이상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량 회사채도 금리가 5% 이상으로 형성되면서 자금 조달에 상당한 애를 먹고 있는 기업들이 은행 대출 쪽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좀비 기업보다는 시장에서 구조적 문제 때문에 자금 조달을 못하는 기업의 우량 채권 위주로 매입해 경색된 시장을 해소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